2022년 여름, 몸 담고 있던 프로그램이 조기 종영 당했을 때 헛헛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아이패드를 질렀다. 사실 아이패드는 2020년부터 꾸준히 사고 싶었다. 당시 같이 일하던 동료작가가 아이패드를 샀는데 그게 그렇게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여유돈이 많지 않아서 꾹 참았다.
그러다 2022년 여름에 아이패드병이 재발했고, 왠지 지금의 나라면 돈 낭비 안하고 잘 쓸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에 아이패드를 지르고 말았다. 그렇게 아이패드를 반년 정도 사용해 본 결과는, 사길 정말 잘했다는 거다. 노트북 외길 인생에 아이패드가 들어옴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확장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동영상 편집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노트북으로 하기엔 초보인데 유로 프로그램을 사기에 좀 부담이 되어 못했고, 핸드폰 무료 어플로 하기엔 화면이 작아서 불편했다. 손가락으로 편집점을 잡아야 하는데 화면이 너무 작아서 미세하게 조절이 안됐다. 근데 똑같은 무료 영상 편집 어플이라도 아이패드로 하니 화면이 넓어 편집할 맛이 났다. 화면도 잘 보이고, 손으로 편집점을 조절하기도, 자막을 넣기도 훨씬 수월했다.
두 번째는 사진 보정이다. 물론 이것도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 가능하지만 영상 편집과 비슷한 이유의 불편함으로 쉽지 않았다. 사진 보정 하나하고 나면 진이 다 빠졌었다. 하지만 아이패드로 하니 편리한 무료 어플도 많고, 화면도 넓고, 무엇보다 색감을 잘 보여줘서 보정이 더 잘 되었다.
세 번째는 내가 아주 만족하며 쓰고 있는 '다이어리' 쓰기이다. 굿노트라는 어플로 다이어리를 쓰는데 삶의 질이 달라졌다. 사실 난 10대 때 꾸준히 다이어리를 썼는데, 20대 중반부턴 쓰지를 못했다. 막내작가 생활이 워낙 바빠서 쓸 시간도 없을뿐더러, 일할 때 할 일 정리하는 메모장이 다이어리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또 방송일이 스케줄이 일정치 않다 보니, 종이 다이어리에 약속을 적어놨다가 취소되면 지우기 어려운 게 정말 싫었다.
그러다 아이패드를 사고, 굿노트로 다이어리 쓰는 법을 익히면서, 중구난방한 하루 일정이 정리되는 걸 느끼며 하루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전날 자기 전에 내일 할 일을 미리 적어놓고,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 계획했던 일을 하나씩 처리한 후 체크하는 게 재밌다. 무엇보다 미리 적어놨던 일정이 변경되더라도 내용을 깔끔하게 지울 수 있어 최고다.
특히 프로그램이 끝나고 백수일 땐, 하루를 헛투루 보내지 않고 자기계발하며 보내야, 숟가락으로 방바닥 긁는 일이 생기지 않는데, 아이패드 덕분에 계획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어 뿌듯하다. 스스로 나의 하루를 돌아보고, 검열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네 번째는 영어공부이다. 영어공부는 28살 때부터 시간 나면 꾸준히 하는 것 중 하나다. 원래는 35살 때까지 영어로 쏼라쏼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40살로 미뤘다. 생각보다 꾸준히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이패드가 있어서 예전보단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아이패드로 영어공부하는 멋진 나' 라는 허세가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아이패드 활용법은 많이들 하는 독서이다. 백수 기간일 때 인풋을 많이 해놔야 나중에 일할 때 도움이 되는데, 특히 책을 많이 읽어두려 한다. 방송용 대본을 쓰다 보면 구어체에 익숙해져서, 일반적인 평문을 쓰는 법을 잊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대한 감을 잊지 않기 위해,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독서를 많이 하려 노력하는데 아이패드가 도움이 된다. 밀리의 서재로 읽으면 어디서나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책을, 최대한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읽다, 저 책 읽다 해도 부담이 없다.
여섯 번째 활용법은 OTT 보기이다. 아무래도 방송작가이다 보니, 다른 방송을 많이 모니터 하는 게 중요한데, 아이패드 만한 게 없다.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왓챠, 티빙을 구독 중인 나로서는 아이패드로 못 보는 콘텐츠가 없을 정도이다. 침대에 누워 아이패드로 영상 보면 정말 개꿀이다.
아이패드의 일곱법의 활용법은 그림 그리기이다. '프로크리에이트'라는 유로 어플을 받아서 이것저것 그리고, 사진 꾸미는데 쓰고 있다. 졸라맨 형식으로 인스타툰도 그리고, 맛집 사진에 글씨를 써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zipsuni_2 이다.) 아이패드 덕분에 SNS를 활용하는 범위가 확장되었다.
아이패드 여덟번째 활용법은 글쓰기이다. 블로그 글쓰기는 물론이고, 웹소설, 기획안 자료정리도 아이패드로 하고 있다. 이건 노트북으로도 가능하지만 노트북은 크기도 크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빨리 부팅해서 쓰기가 어렵다. 아이패드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빨리 메모장을 켜서 쭉쭉 적어내려가면 되니 글쓰기가 더 수월해졌다.
백수인 방송작가가 아이패드로 하는 대망의! 마지막! 아홉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이다. 기왕 아이패드 프로를 샀으니, 그래픽도 시험해 볼 겸 다운로드하였다가 레벨이 57이 되었다. <크로니클> <제2의 나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하고 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스트레스 쌓였을 때, 시원한 스킬 써가며, 몬스터들 줘 패면 기분이 좀 괜찮아진다.
이렇게 아이패드로 9가지 일을 하다보면 백수의 하루는 금방 간다. 나름 직업이 방송작가니까 글도 쓰고, 모니터도 하고, 책도 읽으려 노력하는데, 만약 아이패드가 없었다면 이 중 하나는 작심삼일 하고 안 했을 거다. 그나마 이번 백수 기간은 나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이렇게 티스토리에 글도 쓰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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